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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학생'에 무차별 폭행…커지는 '외국인 혐오'

[단독] '유학생'에 무차별 폭행…커지는 '외국인 혐오'
입력 2019-09-17 20:28 | 수정 2019-09-1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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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천의 한 골목길에서 미얀마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한 명이 술에 취한 한국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폭행한 한국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가 아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일 저녁, 인천 부평구의 한 골목길입니다.

    한 남성이 주먹을 마구 휘두릅니다.

    맞고 있는 남성은 대들지 않은 채 피하기만 할 뿐입니다.

    가해 남성은 잔뜩 화가 난 듯 발길질까지 합니다.

    주변 사람이 말려보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는 순간엔 욕설을 퍼붓습니다.

    [가해 남성]
    야, 이 XXX. XX 까자. 개XX

    피해 남성은 미얀마에서 온 35살 팻승 씨,

    신학을 공부하며 9년째 한국에 거주해온 유학생입니다.

    팻승 씨를 때리고 욕을 한 50대 한국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가해 남성]
    "대한민국 사람 아니야. 이거 다 불법체류자라니까."

    폭행이 벌어진 건 팻승 씨가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사서 나온 직후였습니다.

    함께 온 지인이 가게 앞에 차량을 세우려는데, 지나가던 이 한국 남성이 시비를 걸었다는 겁니다.

    [팻승/미얀마 유학생]
    "'무슨 문제인지 말하세요' 하니까, '외국인 맞지', '불법 개XX들 다 추방하라'고. 그래서 갑자기 세게 주먹으로 맞은 거예요."

    그때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차별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목격자]
    "그냥 계속 맞고만 있는거야 안 때리고. 너무 착해서 맞고 있는데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 미얀마인 남성은 이곳에 있는 자신의 차량 앞에서 무려 십 여 대를 맞았습니다.

    가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고 진술하면서,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불만을 함께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해 남성은 평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팻승/미얀마 유학생]
    "'외국인 다 나가라'고, '우즈벡 개XX들', '미얀마 개XX들' 그랬는데 '우리는 학생이에요. 죄도 없는데요. 왜 때려요' 했는데 막 그때부터는…"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외국인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혜실/이주민방송 대표]
    "자신이 생각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편한 증오와 혐오의 생각을 폭력으로 드러낸 거죠. 말과 함께."

    특히, 다른 아시아 지역 출신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7월엔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당했고, 8월엔 광주의 농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맞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과 기성 정치인 사이에선 외국인 혐오 발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상대 범죄엔 대개 단순 폭행이나 상해죄만 적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인종이나 국적으로 차별하는 걸 전면금지하는 관련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정규/변호사]
    "(외국인에 대해) 무조건 불법체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야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가해 남성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팻승 씨를 오늘 처음 불러 조사했습니다.

    [팻승/미얀마 유학생]
    "이렇게 잘못한 것 없이, 죄 없이 외국인이라고 때리는 거는 너무 당황스럽고 또 마음이 아프죠."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 나경운,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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