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들 상장’ 오려 붙였다는 정경심 ‘딸 표창장’, 비교해 보니…

2020-07-30 08:23
검찰 ‘상장 하단부 직인 부분 오려 딸 표창장에 붙이는 방법으로 위조’
두 상장·표창장 하단부, 전체 형태-직인모양 모두 달라


정경심 교수는 정말 아들의 상장으로 딸의 표창장을 만들었을까?

지금까지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의 하단부 직인부분을 오려 내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위조된 표창장을 딸의 입시에 사용하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해 12월 17일 법원에 제출한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장(2차)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피고인은 조O(아들) 상장을 스캔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상장 이미지 전체를 스캔한 다음 …<중략>… 그중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만을 캡쳐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었다.
           …<중략>…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낸 캡쳐 이미지를 상장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고 출력하는 방법으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


검찰은 지난 23일에 열린 정 교수에 대한 22차 공판에서 이른바 ‘타임라인’과 함께 위조과정을 시연해 보이며 공소장 내용을 입증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후 상당수 언론은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결정적인 유죄 증거가 나왔다’라고 서둘러 보도하기도 했다.
 
겉보기부터 너무 달랐다
아주경제는 최근 정 교수 아들의 상장(2012년 7월 13일, 어학교육원 제 2012-2호)의 스캔본을 입수했다. 정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위조하기 위해 상장 하단부를 오려냈다는 바로 그 상장이다. 

딸의 표창장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일부가 공개됐지만 아들 상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김태현 기자]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상장의 하단부는 딸의 표창장 하단부와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비교해 본 결과 육안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직인의 모양까지 여러 곳에서 도저히 같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차이점이 발견됐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당장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라고 적힌 부분부터 달랐다.

아들의 상장은 ‘동양대학교’라고 적힌 부분이 은박휘장 하단 중간쯤부터 시작되지만, 딸의 표창장은 그 보다 상당히 앞쪽이다.

은박 휘장과 ‘동양대학교’ 사이의 간격도 딸의 표창장은 1cm미만으로 좁은 반면 아들의 것은 그보다 넓었다.

더 큰 문제는 검찰 주장대로 아들의 상장 하단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은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오려내 붙일 경우 직인의 크기 때문에 은박 휘장 아래 쪽 끝 일부분을 가리게 된다.


          위 쪽 : 정경심 교수 딸의 표창장 하단부 / 아래쪽 : 정경심 교수 아들 상장 하단부 [사진=김태현 기자]
 
직인의 모양도 크게 달라...테두리와 획 굵기 상이

[사진=김태현 기자]

결정적인 것은 총장 직인 부분이다.

검찰의 딸의 표창장에서 직인이 직사각형으로 찍혀 있다는 점을 들어 ‘위조를 하다가 좌우로 늘어났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좌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상하 길이가 줄어들었다. 문서 등을 사진으로 찍을 때 초점을 잘못 맞출 경우 생기는 왜곡현상으로 보인다.

검찰의 주장에는 이렇게 출발부터 오류가 포착됐다. 하지만 이는 이제부터 설명할 허점에 비한다면 소소하다.

딸 표창장과 아들 상장의 직인을 비교하면 당장 오른쪽 테두리의 굵기가 다르다는 점이 포착된다. 딸의 표창장 직인은 오른쪽 테두리가 위쪽은 굵고 아래쪽은 가늘다.

직인 내부 글자로 들어가면 더 많은 차이점이 확인된다. 딸의 표창장을 보면 ‘대학’부분 중 ‘ㅎ’의 위쪽 획이 서로 붙어 있다. 하지만 아들의 상장은 서로 떨어져 있다.

‘동양’ 부분에서도 딸의 것은 획이 가늘지만 아들의 것은 굵다. 또 직인 아랫부분 ‘총장인’ 부분에사도 맨 위쪽 획의 굵기가 서로 상당히 다르다. 이 같은 차이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무리 보아도 ‘이미지를 캡쳐해 오려내 붙이는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 지난 23일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대 장 모 교수는 앞서 검찰이 제시한 '위조 방식'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외면했던 이 증언에는 검찰의 기존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장 교수는 “검찰의 주장을 허위”라고 단언하면서 그간 자신이 직접 ‘위조’를 시연한 여러 가지 결과물을 제시했다. 그는 “동양대 표창장은 ‘ᄒᆞᆫ글’ 파일로 만들어져 있지만 표그리기 등으로 서식이 정해져 있어 검찰 주장처럼 그림 파일을 삽입할 경우 곧바로 서식이 망가진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동양대 표창장 서식 입수… 검찰 공소장대로 표창장 제작 가능할까”,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