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복원 ‘불안한 시작’

2015.01.27 21:30 입력 2015.01.27 22:38 수정 임아영 기자

문화재청, 어린이도서관 철거 등 민감 사안 2027년 이후로 미뤄

주민들 “대체부지 확보 없이 강행… 협의체 당장 구성해야” 반발

문화재청이 사직단 복원을 시작한다. 그러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철거 문제 등 마찰을 빚어온 민감한 사안은 2027년 이후로 미뤘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직단 복원·정비계획을 확정, 올해부터 발굴과 복원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사직단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토지·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으로 종묘와 더불어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양대 국가제사시설이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지만 사직단은 일제강점기이던 1911년 사직대제 폐지, 1922년 공원 조성 등으로 역사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광복 이후에도 개발논리에 밀려 각종 시설물이 들어섰다. 현재 이곳에는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종로도서관, 주민센터 등이 있다.

핵심 1영역 복원정비 조감도.

문화재청은 사직단을 본래 자리에 옛 모습대로 복원한다는 전제 아래 복원정비 기준 시점은 20세기 초반으로 잡았다. 사직단은 한때 복원을 위해 서울시(1985년)와 사직단을 운영관리한 종로구(2008년)에서 복원계획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담장 설치 등 제한된 부분만 손질했다. 문화재청은 2012년 1월 종로구에서 사직단 관리권한을 인계받아 복원정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사직단 복원공사는 중요도에 따라 3개 지역으로 나누되, 올해부터 2027년까지 13년 동안 제례공간인 전사청 권역을 비롯한 핵심영역(Ⅰ영역)을 먼저 복원한다. 발굴 조사를 마친 뒤 주요 전각 13동을 복원하고 3동은 보수하겠다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164억8000만원으로 추정되며, 올해 8억원이 책정됐다.

반면 어린이도서관, 종로도서관이 있는 후원공간인 Ⅱ영역과 사직단 대문으로의 진입 공간인 Ⅲ영역 사업은 2027년 이후로 미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린이도서관이 이전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마련한 이후에나 가능할 텐데 현재로선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지금 당장 협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한다.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지키기 3차 시민운동’ 관계자는 “1, 2차에 걸친 주민공청회에서 문화재청은 한번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오늘 발표도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추후 협의하겠다는 말은 믿을 수 없고 협의체를 구성하려면 지금 당장하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복원사업이 1979년 문을 연 어린이도서관을 철거하는 수순으로 갈 것을 우려한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 근대의 ‘어린이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인데 어린이도서관 대체부지를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린이도서관 이용자는 한 해 100만명이 넘는다.

Ⅲ영역도 문제다. 사직대문은 원래 위치보다 24m 옮겨져 있는데 원래 위치는 현재 사직대로 위다. 따라서 사직대문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직대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시민운동’ 관계자는 “사직단을 복원하려면 사직대문까지 복원하는 총체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과연 지금 상태로 3단계까지 복원할 수 있겠느냐”며 “사직대문까지 복원할 수 있는 거라면 사직대로에 영향을 미치니 교통환경영향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지키기 3차 시민운동’ 측은 ‘어린이도서관 지키기’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명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민운동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직단 복원을 지역 주민과 시민의 잔치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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