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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이사장, 낙하산·코드 인사 ‘적폐’ 청산해야

2017.10.10 21:29 입력 2017.10.10 21:30 수정 이현훈 | 강원대 교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우리나라의 개도국에 대한 경제·사회 발전 지원, 즉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이다. 올해 8500억원의 예산으로 국가별 협력, 글로벌 연수, 해외봉사단 파견, 재난 구호 및 복구, 민간단체의 해외원조사업 지원, 국제기구 협력 등의 사업을 한다. 예산은 대부분 정부 출연금과 보조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김인식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사직하면서 현재 신임 이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차관급인 코이카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를 추천한 후 외교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코이카 이사장에 더불어민주당의 이모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보은 인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공기관의 부실 원인은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에 있다. 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이다.

국제사회는 2016년부터 향후 15년 동안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코이카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SDG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코이카 이사장은 전 세계의 빈곤 문제와 SDG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이에 기초해서 ODA에 대한 높은 비전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아울러 “개발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개발협력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

코이카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코이카는 경직된 사업방식과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신임 이사장은 개혁적인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ODA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국익과 개발협력 본연의 목표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사업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대내외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과의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코이카 직원들은 선진국이 아닌 열악한 환경의 개도국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코이카는 창립 당시에 비해 예산은 40배 확대되었지만 직원 수는 1.5배 정도만 늘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급증하고 있는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기왕이면 이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하며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신임 이사장이면 좋겠다.

그동안 코이카 이사장은 외교부 출신이 맡아 왔다. 김인식 전 이사장은 최초로 비외교관 출신이었지만 이 또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이카 이사장 후보를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는 낙하산 인사와 코드 인사의 적폐를 청산해주길 바란다. 그럴 리 없기를 바라지만, 혹시 청와대에서, 정치권에서, 외교부에서 내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학연이나 그 밖의 여러 경로로 개인적인 추천이나 청탁을 하는 경우에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이를 공개하고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와대가 적폐청산의 결의를 분명히 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개도국 원조기관의 책임자를 뽑는 데 개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정실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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