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시의 4번째 선물”

2008.10.30 18:18 입력 오창민기자

“IMF총회때 이미 진척”…강만수 역할에 힘 실어줘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많은 노력을 했으나 정부도 미국 정부와 접촉하면서 노력을 했다.”(오전 6시30분 이성태 한은 총재)

“통화 스와프 라인을 체결해준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감사하며 이 과정에서 일선에서 열심히 뛰어준 한국은행에도 감사한다.”(오전 8시30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부시 대통령의 한·미 공조 4번째 선물이다. 강만수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했을 때 이미 상당부분 얘기가 됐던 거라고 한다.”(오전 10시20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한국은행과 미 연방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스와프 계약이 성사되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30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계약체결 과정을 밝혔다. 그러나 설명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한은은 자신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은연 중 내비쳤다. 정부는 한은이 실무를 도왔지만 강만수 장관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중심이 돼 이번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한·미 공조의 산물이라면서도 강 장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회견 시간을 놓고도 이들 기관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은은 미국의 FRB의 발표가 새벽에 이뤄졌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오전 6시30분 설명회를 열었고, 재정부는 한은이 공을 독차지하기 위해 발표시간을 앞당겼다고 비난했다.

한은과 재정부, 청와대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보면 통화 스와프 계약의 실무 작업은 한은이 대부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 체결의 주체 자체가 한은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미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추진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9월 하순부터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에서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달러 기근 현상이 나타나자 외환보유액 이외의 안전장치로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미국 FRB가 지난달 24일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4개국 중앙은행과 추가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은 내에서도 ‘우리도 시도해 볼 만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특히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의 역할이 컸다. 이달 초부터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와 미 FRB의 도널드 콘 부의장, 로리 재무부 차관보 등을 잇달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재정부 역할도 컸다.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긴급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강 장관은 미국의 달러 스와프 체결 국가에 신흥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회의에서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신흥국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reverse spill-over)을 감안할 때 회원국들 간 정책공조에 신흥국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제윤 차관보도 물밑에서 움직였다. 신 차관보는 G20 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 미국으로 가 통화 스와프 체결에 난색을 보인 미 재무부를 설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1일 한·미 양국 정상간 이뤄진 전화 통화도 큰 역할을 했다. 부시는 국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 정부에 협조를 구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도 국제공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