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서 ‘파워풀’로…20년 도시브랜드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대구시

2022.07.06 21:40

조례 개정 등 절차 무시 논란

대구시가 도시브랜드 구호로 사용 중인 ‘컬러풀 대구’ 로고(왼쪽 사진)와 대구시 홈페이지 ‘대구소개’ 코너에 등장한 홍준표 시장의 시정 구호.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도시브랜드 구호로 사용 중인 ‘컬러풀 대구’ 로고(왼쪽 사진)와 대구시 홈페이지 ‘대구소개’ 코너에 등장한 홍준표 시장의 시정 구호. 대구시 제공

‘컬러풀(Colorful) 대신 파워풀(Powerful).’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이 당선인 시절부터 내세운 구호(슬로건)를 시정 홍보 등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도시브랜드가 갑자기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시민단체는 조례 개정 등 관련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6일 대구시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시는 홍 시장이 취임한 이달부터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를 시정 구호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시는 예산을 들여 시청사 외벽을 비롯한 각종 홍보물 등을 관련 문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임 시장이 공개석상에서도 파워풀한 대구를 만들겠다고 언급하는 중이고, 시정 구호에도 이 같은 단어가 있어 홍보물 등에 사용하게 됐다”면서 “시정 구호는 도시브랜드 구호와 달리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는 ‘시정 구호’와 ‘도시브랜드 구호’로 나눠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시정 구호는 조례로 정하지 않고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서 운영 방침과 비전 등을 담아 임의로 정하는 게 보통이다. 권영진 전 시장은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를 시정 구호로 삼았다.

반면 도시브랜드 구호는 통상 해당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 등을 담아 표현하며, 그 근거를 조례로 뒷받침한다. ‘컬러풀 대구’는 현행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에서 정하고 있다. 이 구호는 대구시가 2004년부터 19년 동안 사용해왔다. 당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구의 이미지를 젊고, 밝고, 활기차게 바꾸겠다는 취지로 정했다. 관련 문양의 점 크기와 위치, 색상 등도 조례로 규정돼 있다.

이후 대구시는 2015년부터 3억5200만원을 들여 도시브랜드 변경 작업에 나섰다. 대구시는 30여차례에 걸쳐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신규 안보다 기존 구호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더 많게 나오자, 2019년 로고의 디자인 색상만 일부 바꾼 안이 확정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과 많은 이들의 고민이 녹아 있는 도시브랜드 구호이지만, 홍 시장이 내세운 ‘파워풀 대구’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당장 2004년 바뀐 도시브랜드 구호에서 따와 이듬해부터 시작된 대구의 대표 축제 ‘컬러풀페스티벌’은 오는 9~10일 ‘파워풀페스티벌’로 변경돼 열린다. 조례 개정만 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도시브랜드 구호를 바꾼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정 구호처럼 도시브랜드 구호도 바꿀 것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경북도의 경우, 재선인 이철우 도지사가 처음 당선된 후 3개월 만인 2018년 9월 ‘새바람 행복경북’을 새로운 도정 구호로 제시했다. 이 지사는 “경북발 새바람으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고 모든 도민이 행복한 경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북도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 모두 534건의 후보를 제안받았다. 이를 놓고 새로운 도정 정책을 다듬던 ‘잡아위원회’에서 토의 과정을 거치고 심의했다. 이후 청년들 의견을 듣고 도청 방문객의 선호도 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후보안을 좁혀 최종 선정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이 취임 전에 밝힌 입장만으로 도시브랜드 구호를 바꿨다”면서 “조례 개정이나 시민 동의가 없는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조례를 바꿔 도시브랜드를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할지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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