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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앱 해지 어렵게하는 눈속임 설계…고객만 골탕

김대은 기자

입력 : 
2022-05-08 17:28:25
수정 : 
2022-05-09 14: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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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실수 노린 `다크패턴`
인기앱 100개중 97곳서 발견
공정위, 관련법 전면개정 착수

가입해지 버튼만 다른색으로
누르면 안될 것처럼 만들어

`매진임박`으로 속이는 사례도
사진설명
서울의 한 미디어 업체에서 프로덕트매니저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해지하던 도중 불편을 느꼈다. '매달 평균 8000원을 적립받을 수 있는데 포기하시겠어요?'와 같은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아야만 했고, '멤버십 유지하기'가 초록색이지만 해지 버튼은 회색으로 돼 있어서 마치 누를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B씨는 카카오톡의 톡서랍 플러스를 해지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구독 유지하기' 버튼은 카카오톡 전체와 동일한 노란색으로 색칠됐지만, 해지하기 버튼은 회색으로 눈에 띄지 않게 돼 있어 실수로 구독 유지하기 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업계에서는 다크패턴(dark patterns)이라고 부른다. 다크패턴은 이른바 '눈속임 설계'라고도 불리는 오래된 정보기술(IT) 업계의 용어로,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이용자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거나 쇼핑 플랫폼에서 '매진 임박' '오늘만 할인 가격에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식이다.

다크패턴 사례는 단순히 구독형 서비스의 해지를 방어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이트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개인정보를 공유하게 만들거나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가령 한 온라인 쇼핑몰은 자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용자에게 신규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창을 띄우면서, 이를 거절하는 버튼을 '비싸게 구매하기'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유튜브 트위치 멜론을 비롯한 국내외 스마트폰 인기 애플리케이션(앱) 100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97개 앱에서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2020년 한 해 동안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만 65건에 달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다크패턴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의 UI 디자이너인 해리 브릭널은 '기만적인 디자인(Deceptive Design)'이라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다크패턴의 사례를 12가지로 정의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20년부터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다크패턴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2023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에선 이보다 앞서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2014년 소비자 권리 명령을 통해 정기 결제를 강제하거나 장바구니에 상품을 몰래 끼워넣는 식의 다크패턴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영재 공정위 과장은 “다크패턴의 종류가 다양해 일부는 현재 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부는 법으로 규제하기 애매한 회색지대에 있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에는 공정위가 구글,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 대해 구독 해지를 어렵게 했다는 이유로 총 2000만원가량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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