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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감소 사무직 인력 채용 않겠다”는 기업 나왔다...이유는 AI

김대영 기자
입력 : 
2023-08-24 11:16:58
수정 : 
2023-10-17 19:17:37
IBM, 자연감소 인력 채용 안 해
700명 몫의 업무, 50명이 수행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안은 ‘AI’
고임금 전문분야 일자리도 감소
일자리 변화 고려한 대책 나와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IBM이 매년 자연감소로 발생하는 인력 공백을 채우지 않기로 했다. 인공지능(AI)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직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영향을 받게 될 첫 번째 직무는 백오피스, 화이트칼라 업무”라고 말했다.

IBM의 경우 매년 5~6%씩 자연감소하는 자사 인력을 추가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AI를 활용해 같은 업무를 더 적은 인력으로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크리슈나는 생성형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인구 문제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모든 선진국에서 인구는 정체되거나 최악의 경우 감소하고 있다”며 “생산 가능한 연령이 감소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데 AI는 우리가 얻은 유일한 대답”이라고 했다.

실제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크리슈나는 IBM이 출시한 ‘왓슨X’을 예로 들었다. 왓슨X는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해 기업이 자사 사업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크리슈나는 지난 5월 “왓슨X가 작업량의 30~50%를 담당하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인구 문제의 관점으로 본다고 해서 노동시장에 다가올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올해 조사 결과에서 2027년까지 앞으로 5년간 일자리 83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는 6900만개로 조사됐다. 순감소하는 일자리 수는 약 1400만개 수준이다.

감소하는 직업 상위 5개를 보면 ▲은행 창구 직원·관련 사무원 ▲우편 서비스 직원 ▲계산원·매표원 ▲데이터 입력 직원 ▲행정·사무 비서 등이 꼽혔다. 금융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특히 일자리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 [사진 출처 = 블룸버그]

크리슈나는 앞서 자사 인사 부서를 예로 들면서 AI를 사용해 700명이 수행했던 업무를 50명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플랫폼 프로젝트 ‘커넥트X’도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생성형 AI 사례 중 하나다. 커넥트X는 보고서 작성, 업무메일 회신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이 사용 중인 코드나 업무 흐름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디자인·시안 제작 등이 가능하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전략산업 브리프’를 통해 “생성형 AI가 언어,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코드 등 작업 방식을 변화시킨다”며 “생성형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로 업무시간이 약 70% 축소되고 고객관리, 영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 등에서 활발하게 적용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조사에서는 AI를 도입한 제조업 고용주의 72%, 금융업 고용주의 66%가 AI로 과거 직접 수행했던 작업을 자동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오스트리아·아일랜드에서 제조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5334명, 기업 2053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금융업을 중심으로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직업에서도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전망되는 것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발달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생성형 AI 대표 모델인 챗GPT의 활성화는 전체 근로자 3분의 2 이상에게 직무 변화를 10% 이상 경험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5분의 1은 절반 이상 직무가 변하는 영향에 노출될 전망이다.

홍 센터장은 오픈AI·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임금 수준이 높아질수록 LLM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의 컴퓨터화 영향력 분석 등과는 다르게 고임금이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직업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증가하는 직업도 있다. 2027년까지 가장 많이 증가하게 될 직업은 ▲AI·기계 학습 전문가 ▲지속가능성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분석가 ▲핀테크 엔지니어 등이다.

IBM도 당장은 AI로 대체되는 직무에서 5년간 추가 채용을 하지 않지만 이후에는 다시 채용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AI 활용에 필요한 직무가 생겨나서다.

크리슈나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일하고 생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지난해 101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1093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매년 34.6%씩 성장하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미래 일자리의 불확실성, 인력 수요 변화의 불확실성을 점점 더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일자리·인력 수요의 빠른 변화와 더불어 인구 감소라는 공급 충격이 가져올 충격에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