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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도 연금고갈 비상…2035년엔 9억명에 줄돈 없어

류영욱 기자

입력 : 
2019-04-12 17:46:26
수정 : 
2019-04-12 23: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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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끌어온 한자녀 정책
생산가능인구 감소 후폭풍

中 근로자 기본양로보험
2027년 고점 찍은 후 급감

근로자 1명이 노인 1명 부양
中당국 경기살리려 수수방관
사진설명
중국이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등 9억여명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만든 연금기금이 향후 20년도 안 돼 고갈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과거 중국이 인구를 줄이기 위해 추진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노인을 부양할 젊은 인구가 줄었고, 고령화로 연금을 받을 노인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연금 비축액을 줄이고 있는 것도 연금 고갈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11일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연금정산보고서 2019-2050'를 발표하며 직공(도시근로자) 기본 양로보험기금이 2035년이면 소진된다고 밝혔다. 올해 약 4조3000억위안(약 728조원)인 누적 잔액은 2027년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하락해 2035년이면 고갈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중국의 기본양로보험 가입자수는 9억1500만명에 달한다. 가입가능인구는 청소년을 제외한 약 10억명으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 비율을 100%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회과학원은 이미 모인 기금을 제외한 '당기 잔액'이 올해부터 2023년까지 반짝 증가한 후 하락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11조3000억위안(약 19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수치이며, 이를 제외하면 올해 당기 잔액은 -4520억위안(약 76조원)으로 이미 빠져나가는 금액이 모이는 금액보다 많은 실정이다.

기본양로보험은 중국의 국민연금 격인 사회보장제도로 직공양로보험, 농촌양로보험, 도시지역양로보험으로 나뉜다. 직공양로보험은 유일하게 의무가입이 원칙인 사회보험으로 매월 근로자와 고용주들은 근로자 월급의 8%, 20%씩을 각각 납부한다. 대상 직공은 국유기업, 민영기업, 사회조직, 개인사업자, 자유직업인 등으로 공무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근로 직업군을 망라하는 범위다.

중국은 특히 도시노동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전체 수입 중 근로수입은 전년 대비 9%포인트가 상승하는 등 중국 가계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국 도시인구는 이미 2011년 농촌인구를 추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직공양로보험은 국가 연금 제도의 중추"라고 표현했다.

중국 일부 지방에서 벌써부터 연금 문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금은 현재 중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 관리하는데, 산업화 정도에 따라 금액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7월 중앙당국은 랴오닝성 등 기금이 부족한 지역 은퇴자들의 연금액이 부족해 광둥성·저장성 등 노동인구가 많고 부유한 지방의 기금을 끌어 쓰기까지 했다.

연금 고갈 문제의 원인으로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1970년대 말부터 2014년까지 펴온 '한 자녀 정책'으로 미래의 생산을 책임질 인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신생아 수는 1523만명으로 전년보다 200만명 줄었으며, 1961년 이후 가장 적었다.

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4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봤다.

은퇴한 이들을 먹여살릴 젊은이들이 줄어들다 보니 부양 부담도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 납부자 대비 수급자 비율은 올해 47%에서 2050년 96.3%로 늘어난다. 현재는 납부자 2명이 연금수급자 1명을 부담하지만 2050년에는 납부자 1명이 수급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빠르다는 한국의 경우 2050년 부양률이 72.4%로 추정된다.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수급 자격이 주어지는 60세 이상 중국 인구는 올해 약 17%에서 2050년에는 35.1%로 늘어난다.

근로자나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더 모을 여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16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와 기업이 양로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료로 납부하는 금액은 매월 임금 총액의 40%로, 당시 조사된 173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한국 17.07%, 미국 17.35%와 비교하면 수준을 알 수 있다.

신흥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비율은 프랑스, 독일 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당국은 기업들의 부담을 줄인다며 기업의 납부율을 오는 5월부터 20%에서 16%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 하방 압력을 받자 내놓은 정책이다.

왕쥔 중위안은행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16%로 기업 납부율을 줄인 것은 경제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기금 고갈을 더 앞당긴다"며 "경기 부양에는 외환보유액 등 다른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정책을 통해 기금 비축액을 선제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원링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부이사장은 "중국은 1997년 현행 양로보험기금을 설립해 근로자들이 이전에 납부한 연금이 없는 상태라 누적 규모가 충분치 않다"며 "기금 투자를 촉진하고 비축 규모를 늘리는 등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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