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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실효성 있을까

송고시간2013-08-08 15:08

"규제보다 음악 주체 간 합의로 가시적인 성과 내야"

문체부,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3.8.8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정부가 8일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음악 시장의 공정성 확립이 개선될지에 가요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해 이에 해당하면 저작권사용료 정산 대상에서 제외하고, 음악산업진흥법안에 음원 사재기 금지 조항 등을 신설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또 음원차트 순위 왜곡의 요인으로 꼽히는 음악사이트의 '추천'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한 차트를 위해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의 반영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시행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하루 앞서 SM·YG·JYP·스타제국 등 4개 대형 음반기획사가 서울중앙지검에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를 조작하는 브로커인 마케팅 대행업체를 고발, 수사를 요청한 터라 실효성 있는 방안이 담길지 주목됐다.

가요계는 문체부의 발표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음악 산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이 다수여서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선순환 구조에 걸림돌..K팝 성장과 시장 다양성 저해 = 음원 사재기는 음악차트 순위 조작 또는 저작권사용료 수입을 목적으로 음반기획사 또는 대행업체가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다.

이미 2년 전부터 업계에선 음원 사재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후 지난 5월 음악사이트의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사용료 징수 방식이 '이용횟수당'으로 전환되면서 브로커에게 억대의 돈을 주고 고의로 음원을 수천 회씩 재생해 순위를 올리는 편법이 빈번해졌다. 특히 차트 결과가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에도 반영돼 음반기획사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음악 시장의 선순환 구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3.8.8 kane@yna.co.kr

음반기획사들은 음반 제작비가 음원 사재기에 흘러들어 갈 경우 수익을 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아 콘텐츠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장기적으로는 K팝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다.

지속적으로 음원 사재기의 문제를 거론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는 "음원 순위 조작은 음원 생산자에게 훗날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걸 간과해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졌다"며 "음악 시장에서 번 수익을 콘텐츠에 온전히 재투자하기 어려우니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K팝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금력 부족으로 공정한 경쟁에서 밀린 영세한 기획사들의 콘텐츠가 설 곳을 잃어 음악 시장 장르의 다양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음반산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가요계는 발라드, 록, 힙합, 아이돌 댄스 음악 등 여러 장르가 공존했듯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가요 시장은 죽는다"며 "1980년대 홍콩 영화 르네상스 시대가 획일적인 장르로 인해 붕괴했듯이 자금력이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으로만 시장이 쏠리면 소비자도 쉽게 질린다. 공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요계는 이날 문체부의 대책 마련에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씨스타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비정상적으로 음원 순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불신을 줘 가요계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한 점은 환영이며 가요계 역시 지속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균형잡힌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도 "음악사이트들도 스트리밍 횟수가 불법으로 조작되면 저작권자에게 정산해주는 비용이 많아져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며 "나아가 시장 질서 확립이란 측면에서 정부의 대책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제재 아닌 업계 개선 유도..실효성에 반신반의 = 그러나 음악 업계 관계자들은 문체부의 대책이 시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적용될지 반신반의했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지금 당장은 음원 사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 방안이 아니며 향후 예방 대책을 마련해 음악 산업계의 개선을 유도해간다는 취지여서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처방으로는 아쉽다는 견해다.

문체부,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3.8.8 kane@yna.co.kr

여러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음반기획사 이사는 "음악산업진흥법안에 음원 사재기 금지 조항 등의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에 전제 조건이 있다"면서 "다시 말해 음악산업계가 자율적 대책을 마련해 추진토록 한 뒤 이를 평가해 필요하면 신설한다는 것이어서 사재기 근절을 위한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음원 사재기를 한 경우 저작권사용료 수익 기회를 박탈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음악사이트들이 사재기 방지를 위한 기술적인 조치 등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업계와 논의해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만드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음원 차트를 왜곡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 음악사이트의 추천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한 차트 마련을 위한 방안 역시 음악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의 제도 개선 시행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당장 기뻐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음악사이트들이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한다면 ▲추천곡 삭제 및 별도의 추천 페이지 신설 ▲차트에 다운로드 반영 비율 상향 조정 및 다양한 장르별 차트 도입 ▲특정 곡에 1일 1아이디 반영횟수 제한 시행 ▲실시간 차트 개선 등은 의미 있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한 음반기획사 홍보 팀장은 "음악사이트에 추천곡이 걸리는 날짜에 맞춰 음반 발매 시기도 조정하는 상황이니 대책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명 발라드 가수가 소속된 한 음반기획사 본부장은 "요즘 소비자들의 패턴은 스트리밍의 비중이 높아 다운로드 중심의 차트로 개선할 경우 실제 대중의 인기도와 차트의 괴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날 발표에 대해 결국 문화 콘텐츠 시장은 법적인 테두리로 규제받기보다 음악 업계 종사자들의 자정 노력과 건강한 의식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그 사례로 지난 5월 소설가 황석영이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가 근절돼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법리 검토 결과 수사 사안이 아니라고 한 점을 꼽았다.

한 대형 음반기획사의 이사는 "음원 순위 조작도 황석영 씨가 제기한 출판계 사재기 문제와 비슷한 사안"이라며 "결국 편법을 자행한 주체인 음악업계 리더의 의식 개선과 함께 사재기를 막는 음원 유통 업계의 기술적인 조치들이 마련되고, 대책안에 대한 음악 주체 간에 합의가 빨리 이뤄져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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