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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철폐 요구에도 美스포츠 구단 '요지부동'

송고시간2014-05-06 01:57

구단 "인디언·레드스킨스 등 팀 명 안 바꿔"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프로농구(NBA)를 강타한 인종 차별 철폐 바람이 미국 프로 스포츠 전 분야로 불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인디언스, 레드스킨스, 블랙호크 등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팀 이름 또는 로고를 쓰는 프로 스포츠 5개 구단에 2주간 서면으로 팀 이름 개명 여부를 묻고 그에 대한 각 구단의 답을 5일(현지시간) 지면에 실었다.

인종 차별을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팬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으나 당장 팀 이름을 바꾸겠다는 구단은 하나도 없었다.

문제의 구단은 미국프로야구(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캔자스시티 치프스, 그리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시카고 블랙호크스다.

인디언스, 레드스킨스는 모두 인디언과 관련한 팀 명과 로고를 쓴다. 피부 색깔이 빨갛다는 뜻의 레드스킨스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로 흔히 사용된다.

애틀랜타 역시 인디언 전사라는 뜻의 브레이브스를 팀 명으로 걸고 인디언 특유의 응원인 토마호크 찹(Tomahawk Chop)을 펼친다.

블랙호크는 미국 백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치프스는 깃털을 꽂고 전사 분장을 한 인디언 응원으로 유명하다.

NBA 사무국이 흑인을 비하한 도널드 스털링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 구단주를 영구 제명하자 이참에 다른 프로 스포츠에도 깊게 뿌리 박힌 인종 차별적 팀 이름과 로고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이미 미국 전역의 고교·대학 중 3분의 2가 특정 사회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고정관념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운동부 팀 이름과 마스코트를 교체한 상황에서 프로팀만 '성역'으로 남은 셈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팬들은 박탈 또는 제거를 뜻하는 영어 접두사 'de'를 붙여 팀의 마스코트인 인디언 '와후 추장'(Chief Wahoo)을 팀 로고에서 빼자는 'DeChief' 운동을 트위터에서 전개했다.

친근하게 보일지 모르나 과장된 코와 두꺼운 입술로 아메리칸 인디언을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더는 쓰지 말자고 클리블랜드 구단과 팀 관련 각종 상품 제조업체인 나이키를 압박했다.

이 운동은 3∼4일에만 4천 번 넘게 리트윗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트위터 사용자 중 일부는 NBA 구단주 영구 징계처럼 메이저리그에 만연한 인종 차별 문제로 쟁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에도 구단은 요지부동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레드스킨스의 개명을 요청했으나 레드스킨스 구단주는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불가를 재확인했다.

클리블랜드 구단도 "팬들의 요구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올해에는 바꿀 생각이 없고 와후 추장을 포함한 세 가지 로고 상품을 계속 판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브레이브스 구단과 블랙호크스 구단은 아메리칸 인디언 협회를 존중하고 그들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만 답했고, 치프스 구단은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명예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구단의 생각과 더는 인종 차별을 넘길 수 없다는 팬들의 주장이 첨예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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