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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귀국선 우키시마호 폭발물 싣고 출항했다"(종합)

송고시간2016-08-08 17:33

일 방위청 전문 기록 확인…고의 폭침 가능성 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인 징용자를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의문의 폭침사고를 당한 우키시마호에 대량이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일본 정부의 기록물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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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4일 일본 아오모리 현과 홋카이도 현 군사시설 등에서 강제노동했던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원인미상의 폭발로 침몰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조선인 수천 명이 사망·실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폭발원인을 미군 기뢰로 지목하고, 한국인 희생자도 524명이라고 밝혔으나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키시마호 폭침 한국인희생자 추모협의회와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은 해방 직후 일본 방위청이 우키시마호 등 3척의 배에 폭발물이 실려있다는 정황을 기록한 내부 문건을 최근 입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일본 방위청은 1945년 8월 22일 오후 7시 20분 우키시마호 등 3척의 배에 '항행금지 및 폭발물 처리' 전문을 보내 출항 전인 배는 출항하지 말고 실려있는 폭발물을 육지 안전한 곳에 격납하고, 이미 출항해 항해 중인 배는 해상의 안전한 곳에 폭발물을 투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우키시마호 등 3척의 배 모두에 대량의 폭발물이 실려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떠 있는 섬'(浮島)이라는 뜻의 우키시마호는 4천730t급에 길이가 108m로, 전시에 징발돼 폭발물을 실어나르는 군수물자 운송선 역할을 했다.

우키시마호는 당시 방위청 전문을 받고도 폭발물을 처리하지 않고 같은 날인 8월 22일 오후 10시 출항해 24일 마이즈루 연안 해군사령부 앞 바다에서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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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길 소장은 "방위청 전문 내용은 우키시마호에 폭발물이 실려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패전으로 실려있던 잔재 폭발물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 정부가 폭발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추모협의회 상임 이사도 "우키시마호가 부산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0.1%도 되지 않는다"라며 "이를 알고 있었던 일본인들이 항해 중간에 배를 폭파하고 달아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 등은 고의 폭발의 근거로 당시 함께 타고 있던 일본인 승무원 300명 가운데 대부분이 폭발 직전에 보트를 타고 도주해 실제 사망한 일본인 승무원은 25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수천 명이 폭침으로 사망한 선박사고에서 승무원의 사망비율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고의 폭침 사실을 미리 알고 달아났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당시 일본은 조선인 징용자들을 일본에 남겨놓자니 폭동이 우려되고, 살려 두자니 국제사회에 일본의 만행을 증언할 것이 걱정돼 운항 중에 폭발사고를 위장해 수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문건으로 배에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폭발원인으로 미군기뢰를 지목한 일본 측 해명은 명백한 거짓말이 됐다"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김문길 소장도 "우키시마호가 항해 중에 폭발물을 해상투기했다는 목격자가 없고, 생존자도 승무원들이 폭발물을 버리는 것을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해군운수본부장이 보낸 전문에 폭발물 처리 관련 내용이 명시된 것은 우키시마호에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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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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