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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괴벨스가 꿈꾼 독일의 미래…자전소설 '미하엘'

송고시간2017-04-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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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메리맥 제공]
괴벨스 [메리맥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유대인을 보면 내 몸은 곧바로 구역질이라는 신체 반응을 보인다. 나는 유대인의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다. (…) 유대인은 병든 우리 독일인의 몸에 들러붙어 있는 고름덩어리 같은 존재다."

유대인을 향한 혐오감과 적개심 가득한 이 문장들을 쓴 사람은 나치 독일 선전장관이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다. 그가 대중매체를 이용해 반(反)유대 감정을 부추기고 독일인들을 전쟁터로 끌어들인 건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이 문장들은 라디오 연설이나 신문 기고가 아닌 소설의 일부다.

괴벨스의 반(半)자전적 소설 '미하엘'(메리맥)이 번역돼 나왔다. 그가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독일문헌학으로 박사 학위를 따고 나치에 본격 가담하기 전인 1923년에 쓴 작품이다.

괴벨스는 미하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에게 자신의 공상적 나치즘을 투영했다. 이후 히틀러와 함께 벌인 반유대 정책의 심리적 배경이기도 하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의 멍에를 짊어진 독일의 암울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미하엘은 '새로운 독일'을 건설하고자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대학 역시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광산노동자의 길을 걷는다.

청년 시절 괴벨스 [메리맥 제공]
청년 시절 괴벨스 [메리맥 제공]

괴벨스는 권력투쟁에 매몰된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 물질주의에 대한 반감, 사회통합에 구심점이 되지 못하는 종교에 대한 실망감을 미하엘의 독백과 작중 인물의 대화로 기록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뿐이에요. 대비의 핵심은 다른 민족이 감히 우리의 생존권을 앗아 가려는 욕심을 품지 못하도록 국민들을 무장시키는 거죠." 괴벨스의 민족애는 그러나 전쟁을 향한 갈망, 반유대주의와 결합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그는 히틀러가 독일정치의 전면에 부상하기 전 이미 절대권력자의 출현을 내다보며 자신의 정치적 야망도 숨기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 방황하고 실패하는 불쌍한 우리 민족 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힘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다. 조만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려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

괴벨스의 원고는 출판사들에게 거부당하다가 나치가 힘을 키울 무렵인 1929년 출간돼 인기를 얻었다. 옮긴이 강명순은 "이 소설의 출간 의도 역시 국가 사회주의 이념의 전파와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괴벨스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뜨거운 가슴보다는 차가운 머리로 읽어 보기를 권한다"고 썼다. 264쪽. 1만6천원.

청년 괴벨스가 꿈꾼 독일의 미래…자전소설 '미하엘' - 3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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