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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터넷 속도 34위'에 뿔난 통신업계…실제 순위 어떻길래

등록 2023.01.05 06:00:00수정 2023.01.05 14: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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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KTOA, '스피드테스트' 순위에 즉각 반박 나서

"해외업체 신뢰도 의문…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지속 증가해"

OECD, 3개 민간업체 통계 공개…韓 순위, 1~29위 천차만별

'우수 인프라' 맞지만 계속되는 이용자 불신…품질 신뢰도 높여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2022.06.1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2022.06.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전세계 34위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해외 업체 통계를 두고 우리 정부와 국내 통신업계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여전히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품질을 유지하고 있고, 꾸준한 인프라 확충을 나서고 있는데 객관성·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특정 업체의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업계의 빠른 해명이 이어졌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다소 싸늘했다. '실제로 인터넷이 느려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국가별로 통신 인프라, 측정 건수, 인터넷 속도별 분포 정도 등이 모두 다르기기에 일률적으로 순위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교적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업계, 해외업체 '韓 인터넷 속도 34위' 통계에 즉각 반박…"인터넷 품질 향상돼"

최근 글로벌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는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평균 속도가 171.12Mbps(다운로드 기준)으로 34위를 기록했다고 공표했다.

스피드 테스트의 글로벌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속도는 2019년 2위 → 2020년 4위 → 2021년 7위 → 2022년 34위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프랑스·일본·미국 등에 인터넷 속도가 뒤쳐졌다는 통계에 '인터넷 강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2022년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평균 속도 순위(왼쪽)와 모바일 인터넷 평균 속도 순위. (사진=스피드케이블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11월 기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평균 속도 순위(왼쪽)와 모바일 인터넷 평균 속도 순위. (사진=스피드케이블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발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는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스피트테스트가 구체적인 측정조건·방식·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국가별 객관적 비교에 한계가 있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발표한 '2022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를 언급하며 지난해 500Mbps,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속도가 모두 전년 대비 향상됐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품질평가 결과 유선인터넷 상품의 다운로드 속도는 1Gbps 상품 평균 980.86Mbps(전년 962.62Mbps), 500Mbps 상품 평균 493.34Mbps(전년 470.08Mbps)로 모두 개선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도 과기정통부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더해 국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약 2200만명 중 500Mbps급 이상 서비스 가입자가 60%를 넘었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초고속인터넷 속도에 대한 통신사 민원이 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타국 대비 광케이블 망 구축이 부족한 것이 속도 저하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OECD 국가 중 한국의 광케이블 보급률이 가장 높다고 반박했다.

OECD 통계 살펴보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韓 1위, 평균 속도 순위는 '천차만별'

 실제 OECD의 통계 데이터를 살펴봤다. OECD는 'OECD 초고속 망 포털'을 통해 각국의 유·무선 인터넷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OECD가 집계한 지난 2020~2021년 기준 회원국별 초고속 인터넷 다운로드 평균 속도. (사진=OECD) *재판매 및 DB 금지

OECD가 집계한 지난 2020~2021년 기준 회원국별 초고속 인터넷 다운로드 평균 속도. (사진=OEC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논란이 된 유선인터넷 속도의 경우 OECD는 신뢰도를 고려한 듯 가장 대표적인 민간업체 세 곳의 통계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인 스피드테스트를 운영중인 '우클라(Ookla)'와 'M-랩(M-Lab)', '스팀(Steam)' 등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기준 한국의 인터넷 평균 속도 순위는 ▲우클라 6위(171.3Mbps) ▲M-랩 24위(40.8Mbps) ▲스팀 1위(107.2Mbps)로 나타났다.

OECD는 2년 전 데이터까지만 제공하고 있지만 각 업체는 보다 최신화된 통계까지 제공하고 있다. 우클라는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을 34위(171.12Mbps)로 선정하면 논란을 낳았다. M-랩은 2021~2022년 기준 한국을 29위(87.59Mbps)로 평가했다. 스팀의 경우 국가별 순위가 아닌 '최근 7일 간 글로벌 트래픽 맵'을 공개하고 있는데, 한국은 154.5Mbps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또 OECD는 국가별 인터넷 속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속도 구간별 가입자 수'와 '전체 망 대비 광케이블 연결 비율' 통계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은 해당 데이터에서 2021년 12월 기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거주자 100명당 100Mbps 인터넷 가입자 수 40.47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는데, 스위스(34.15명), 포르투갈(34.08명), 스웨덴(33.69명), 스페인(29.08)명 등을 모두 제쳤다. 전체 망 대비 광케이블 연결 비율도 86.61%로 3년 연속(2019~2021) 1위를 차지했다. 광케이블 연결 비율이 80%를 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2곳 뿐이다.
OECD가 집계한 지난 2021년 12월 기준 회원국별 '인터넷 속도 구간별 가입자 수'(위쪽)와 '전체 망 대비 광케이블 연결 비율' 통계. (사진=OECD) *재판매 및 DB 금지

OECD가 집계한 지난 2021년 12월 기준 회원국별  '인터넷 속도 구간별 가입자 수'(위쪽)와 '전체 망 대비 광케이블 연결 비율' 통계. (사진=OECD)  *재판매 및 DB 금지

韓 인터넷, 세계서도 수위권 맞는데…'뿌리깊은 불신' 해결 시급

이처럼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여전히 세계에서 수위권을 다투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인터넷 품질 하락'이라는 해외업체의 조사 결과를 빠르게 수용한 것은 결국 국내 통신업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무선인터넷 부문에서도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확충 미비로 인해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가 이뤄지는 등 망 품질 관리에 대해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선인터넷 부문까지 이같은 의혹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는 한 유명 IT유튜버의 '초고속인터넷의 실제 속도가 약정보다 느리다'는 폭로가 일부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이같은 폭로 이후 통신사의 공식 사과와 함께 정부의 통신 3사 인터넷 속도 전수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국내 통신업계가 유·무선 인터넷 품질을 개선하고 있고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용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신업계는 이번 스피드테스트의 통계 결과를 두고 운영사인 우클라에 정확한 측정 방법 공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KTOA는 "객관적이고 올바른 품질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우클라에 측정방법, 결과 데이터 등에 대한 제공 및 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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