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유서 '모든 분에게 죄송... 모두 안녕'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박원순 서울시장(64)이 유서를 통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이 만년필로 쓴 자필 유서 전문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며 "모두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1분쯤 서울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 이후 수색 7시간 만에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발견된 장소는 등산로에서 떨어진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설명했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정 형사과장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현장에서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실종신고에서 시신 발견까지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박 시장의 딸은 9일 오후 5시17분쯤 처음 실종신고를 했다.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다. 지금 전화기가 꺼져 있는데,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시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출근을 하지 않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서울시청은 오전 10시40분 기자단에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기자단에게 문자 공지를 했다.

문자 공지 직후인 오전 10시44분 박 시장은 종로구 가회동 소재 공관을 나섰다. 마지막 모습은 와룡공원 입구 근처 CCTV에 오전 10시53분 포착됐다. 휴대전화 위치 신호는 오후 4시쯤 북안산에 위치한 북악골프연습장 근처에서 끊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새벽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와룡공원에서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새벽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와룡공원에서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 받고 오후 5시30분부터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다. 1차 수색은 성북동 핀란드대사관저 인근 와룡공원 인근에서 시작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770여명을 투입하고, 야간열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두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4시간에 걸친 수색에도 박 시장을 찾지 못했다. 이어 경찰은 2차 수색 중이던 자정쯤 북악산에 있는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 지점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인적이 매우 드문 곳으로 수색견이 먼저 시신을 발견했다.

박 시장의 시신은 10일 오전 3시경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빈소는 같은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관련 경찰 수사도 종결된다. 피의자가 사망하게 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시청 앞 분향소 설치...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18년 6.13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밤 당선이 유력해 지자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전달 받은 꽃다발을 들고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18년 6.13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밤 당선이 유력해 지자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전달 받은 꽃다발을 들고 손인사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의 사망 이후 서울시는 내년 4월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한 서울시는 조문을 희망하는 시민들을 위해 10일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향후 서울시정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간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13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서울시장의 보궐선거는 9개월 후인 2021년 4월 7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언론담당관, 시장비서실장, 문화본부장, 기조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다. 지난 3월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임명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