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특수부대 아프간 참전 당시 민간인 40여 명 학살

호주 군인

사진 출처, Getty Images

호주 특수부대가 아프간 전쟁 중에 민간인을 포함해 39명을 살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방위군(ADF)은 18일 4년 동안 자행된 호주군의 위법행위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57건의 사건 분석과 300명이 넘는 목격자 인터뷰가 이뤄졌다.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부 참모총장은 "이번 조사에서 일부 군인들이 저지른 이른바 '전사 문화(warrior culture)'와 관련해 부끄러운 기록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3년 발생한 '포로, 농민, 민간인' 살해 사건과 관련해 호주 전·현직 군인 19명에 대한 경찰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는 총 25명으로, 이 중 일부는 아직도 현역으로 근무 중이다. 이들은 또 대부분 주 공군 특수부대(SAS) 출신이었다.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부 참모총장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부 참모총장

캠벨 참모총장은 "살인 혐의를 치열한 전투 속에서 일어난 일로 미화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가해자가 헷갈렸거나, 오해했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조사를 받은 사람들 모두 무력 충돌의 법칙과 그들이 수행하는 교전규칙을 철저히 이해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부 경험 많고 영향력 있는 부사관들과 이들의 후배들이 군사 우수성, 엘리트주의, 특권을 왜곡해 부대 문화를 형성하고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신입 대원이 이른바 '신고식(blooding)' 관행에 따라 상급자의 강요로 포로를 살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적인 살인을 은폐하려고 피해자 시신 옆에 무기와 라디오 등을 배치해 '합법적인 목표물'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ADF 감사관이 실시한 이번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아직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반응은?

지난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특수 부대 관련해 "호주 국민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 배경에는 (ADF 내부의) 환경, 맥락, 규칙, 문화와 명령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수사 절차는 어떻게 되나?

모리슨 총리는 기소를 담당할 특별 수사관이 임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립 감찰 위원회도 설립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수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호주는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평화유지 활동의 일환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약 400명의 병사를 파병했다.

동영상 설명, 아프가니스탄: 18년의 전쟁 그리고 무고한 희생

다른 나라 위법 행위는 없나?

올해 초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아프간 전쟁에서 각종 부대가 저지른 전범 행위는 없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2003년 5월 이후 탈레반, 아프간 정부, 미군의 활동 등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CC가 2016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운영하는 비밀 수용소에서 미군이 고문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보고서는 또 아프간 정부가 포로들을 고문했으며, 탈레반의 경우 민간인 대량 학살과 같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