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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모든아동 출생등록 권리” 첫 인정…미혼부 자녀신고 쉬워져

입력 | 2020-06-09 22:57: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어머니가 난민신분이라 태어난 아이를 부부의 자녀로 출생등록할 수 없는 상태라면, 아버지의 혼외자로라도 출생신고를 받아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혼부가 홀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이른바 ‘사랑이법’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해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박모씨가 낸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박씨는 2013년부터 중국국적 여성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고, 둘 사이에서 2018년 9월 딸이 출생했다.

A씨는 바로 출생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A씨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갱신이 불허되고, 그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해 대한민국에 출입했기 때문에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을 거부당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모(母) 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父)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에 대해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생모가 출산직후 떠나버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사랑이’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2015년 개정된 법으로, 일명 ‘사랑이법’으로도 불린다.

박씨는 사랑이법에 따라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기 위해 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A씨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의 적용범위를 더 넓게 해석해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사랑이법’은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함으로써 출생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것”이라며 “이 조항의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규정하여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A씨와 같이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봐야한다”면서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며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대법원 결정에 의해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