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학부모 서울 탈출에… 초중생 순유입 동탄>강남 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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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10년간 초중생 인구변화 분석

《경기 신도시 초중생 新학군 뜬다



서울의 집값 급등과 경기권 신도시 개발이 교육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분석한 결과 초등생과 중학생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지역은 과거 서울 강남이었으나 최근 경기 화성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도 과거에는 대부분 서울이었으나 최근에는 경기 성남, 용인, 수원, 고양, 화성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에 집을 살 수 없게 된 3040세대 젊은 부모들의 사정,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저렴한 집값, 강남 부럽지 않게 들어선 학원과 기업들이 ‘신(新)학군’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서울 경기 학생 인구 이동을 분석한 결과 초중학생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에서 경기 화성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 순위에서도 경기 고양, 화성이 서울 강동, 강서를 제쳤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30, 40대 젊은 학부모들이 서울 집값 급등을 피해 신도시와 교육 여건이 좋은 경기로 몰리면서 ‘신(新)학군’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화성 뜨고 강남은 정체, 학생 이동 뚜렷


15일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경기의 초등학생 및 중학생 인구 변화를 분석했다. 경기와 서울은 전국 학생 인구 1, 2위 지역이다.

초등생 순유입(들어온 인구에서 나간 인구를 뺀 것)이 가장 많은 상위 5개 지역은 2013∼2017년 당시 강남, 경기 김포, 서울 양천, 화성, 서울 서초 순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지인 강남과 목동이 속한 곳이 3곳이다. 하지만 2018∼2022년에는 상위 5개 지역이 화성, 강남, 김포, 경기 시흥, 경기 하남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을 뺀 나머지는 모두 경기 지역이었다.

같은 식으로 중학생 순유입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기 지역이 두각을 나타냈다. 2013∼2017년에는 순유입 상위 5개 지역이 강남, 김포, 경기 수원, 화성, 하남이었으나 2018∼2022년에는 화성, 하남, 강남, 김포, 경기 평택 순으로 바뀌었다. 강남은 1위에서 3위로 내려갔고, 평택은 새로 순위에 진입했다.

서울에서 경기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의 배경에는 ‘부동산’과 ‘신도시 개발’이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중생 자녀를 둔 부모는 30, 40대로 아직 젊은 층에 속하는데 집값 급등 탓에 서울에 자가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들이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신도시 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화성의 동탄신도시, 용인의 수지구청 인근 등에는 양질의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서울 강남 대치, 경기 성남 분당 등에 본원이 있는 유명 학원들도 이 지역에 분원을 냈다. 삼성전자 나노시티, 한미약품,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등 유명 기업과 연구소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의 근접)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직장, 교육 환경을 가진 서울 강남권보다 집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화성 동탄 인구는 2004년만 해도 1만 명 남짓이었지만 지난해 50만 명으로 늘었다.

● “新학군 팽창 가능성… 소외지역 대책 필요”

학군 변화는 입시 결과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을 분석한 결과 2008∼2013년에는 상위 10개 지역 중 경기는 3곳(성남 수원 고양)뿐이었고, 나머지 7곳은 모두 서울이었다. 하지만 2019∼2023년에는 상위 10곳의 분포가 서울 5곳, 경기 5곳(성남 용인 수원 고양 화성)으로 바뀌어 서울과 경기가 대등한 양상으로 변했다. 특히 성남은 서초를 밀어내고 합격자 배출 2위 지역에 올랐다.

학생이 줄어드는 서울은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본보가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10년간(2013∼2022년) 초중고교 개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양천 동작 관악 마포 용산 종로 성북 강북 도봉 노원 동대문 광진 중구 등 13개 구는 새로 문을 연 일반 초중고교(특수목적학교 제외)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강동은 초교 5곳과 중학교 2곳, 송파는 초교 4곳과 중학교 3곳이 새로 생겼다. 이들 지역은 고덕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위례신도시와 인접해 있다. 국내 전체 학생 수가 감소하고 폐교하는 학교도 늘어가는 와중에 특정 지역에 학교가 계속 생긴다는 것은 학생들이 해당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학생 쏠림과 학군 형성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군 형성에서 소외된 다른 지역들은 학생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며, 교육 환경도 점점 나빠지면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프라 개발이나 교육 여건 발달 같은 정부 정책이 대부분 인구가 팽창하는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에 경기 ‘신학군’의 팽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발전에서 소외돼 학생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지역은 그 추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육당국과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학부모 서울 탈출#동탄#강남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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