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강력범죄 10년새 1351건 증가… “계획범행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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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 15% 줄었지만 칼 사용 21%↑
“범행 미리 준비… 모방효과 영향도”
경찰, ‘용산 칼부림 예고’ 20대 검거
부산선 고교생이 흉기로 교사 위협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한 ‘살인 예고’ 글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칼을 사용한 강력범죄가 10년 새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조직폭력배 간 다툼이나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칼부림 사건’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강력범죄 줄었지만 칼부림 범죄는 증가

8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 가운데 칼을 흉기로 사용한 사건은 2011년 6549건에서 2021년 7900건으로 10년간 1351건(20.6%)이 늘었다. 2015년 8446건까지 급증한 뒤 2017년 7228건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5대 강력범죄 사건은 38만3628건에서 32만5166건으로 15%가량 줄었지만, 칼을 휘두른 사건의 비중은 1.7%에서 2.4%로 증가했다.

경찰이 분류하는 강력범죄 범행 도구 13개 중 10년간 범행 건수가 늘어난 것은 칼, 농기구(낫 등), 독극물 등 3개뿐이었다. 3가지 도구 모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범행 현장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유리병, 돌, 공구 등 나머지 10가지 도구가 사용된 강력사건은 10년 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칼을 사용한 강력범죄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계획범죄가 늘고 있다는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다 일어나는 우발적 범죄 등엔 당장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유리병, 돌 등이 주로 사용된다”며 “반면 미리 사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칼을 사용한 범죄가 늘었다는 건 계획형 범죄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방 효과 때문에 칼을 사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칼은 구하기 쉽고 휴대도 편리한 데다 상대방을 확실하게 해칠 수 있는 흉기”라며 “언론 보도나 인터넷을 통해 기존 범행 수법을 모방하고 있는 것도 칼 사용이 증가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림역 사건 이후 급증한 모방 ‘살인 예고’ 글 상당수도 칼을 범행 도구로 예고했다.

● 학교서도 발생한 흉기 난동
살인 예고 글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작성자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7일 낮 12시 34분경 서울 용산에서 칼부림을 하겠다고 예고한 글을 올린 A 씨(21)를 8일 붙잡았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이후 8일까지 경찰이 검거한 살인 예고 글 작성자는 67명으로, 전날(65명) 이후 2명을 추가 검거했다.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축구 선수를 노린 살인 예고 글도 올라와 경찰이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경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팀 소속 A 선수를 흉기로 죽이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이후 구단 측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해당 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부산 한 고등학교에선 흉기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7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B 군(18)은 수업 중 갑자기 교실 앞문을 가로막고 “아무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교사가 “자리에 돌아가 앉아라”라고 하자 B 군은 가방 안에 든 흉기를 보여주며 위협했다고 한다. 한 학생이 B 군의 가방을 낚아채면서 소동은 끝났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학교는 B 군에게 2주간 출석 정지를 내리고 추후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살인 예고 글에 흉기 난동까지 잇따르자 ‘흉기 포비아’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상 살인 예고 글과 검거 현황을 지도에 표시한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6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7일까지 10만 명 넘게 방문했다고 한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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