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삼산에 위치한 한 편의점 계산대에 20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 봉투 판매·사용이 금지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전면 강화된 가운데 규제 첫날부터 울산지역 편의점과 카페 등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일회용품 사용금지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데다가 1년 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 기간까지 뒀기 때문인데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4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의 한 편의점. 기자가 직접 상품 몇 가지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 "봉투에 담아 주세요?"라고 하니 업주가 곧바로 "50원입니다"며 검은색 비닐봉투에 상품을 담아줬다. 이에 "오늘부터 일회용품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아직 괜찮나 보네요?"라고 물으니 "1년 유예됐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부터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확대 시행돼 규정을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환경부에서 1년간 '참여형 계도기간'을 도입해 이 기간 동안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1년 간 사용을 허용한다'고 잘못 인식한 것이다.

업주는 "정책이 하도 이랬다 저랬다 바뀌니까 헷갈린다"며 "지금 판매하는 비닐봉투가 다 소진되면 친환경 비닐봉투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편의점에 방문해 보니 계산대에 '자원재활용법 개정에 따라 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 봉투 판매·사용이 금지됩니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정책에 따라 비닐봉투를 없앴다는 업주 윤태영(62)씨는 "봉투가 필요하신 분은 종량제봉투를 사도록 권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불편해할 것 같지만 정부 지침이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날 오전 5곳의 편의점을 돌아본 결과 2곳은 비닐봉투를 판매하지 않았고, 2곳은 친환경 비닐봉투 유상(100원) 판매, 1곳은 여전히 비닐봉투를 판매하고 있었다.

당초 환경부는 친환경 플라스틱 봉투 사용도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되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비닐봉투는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또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에서도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는데, 거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40분께 삼산동을 돌아다니며 살펴본 결과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카페 약 10여 곳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 중이었다.

손님들은 강제적으로 바뀌는 규정이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직장인 A(34)씨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 줄 몰랐다. 취지는 좋지만 이미 편리한 걸 알아버린 이상 불편한 것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대책도 없이 편리한 일상을 규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계도기간이 끝나도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환경적인 부분은 동의하지만, 단가나 사용 불편 등에 대해 우려하며 계도기간 내에는 당장 바꾸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삼산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송인석(30)씨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행된 건 알고 있지만 계도기간이라 아직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 중이다"며 "환경을 위하는 건 알겠지만, 손님들이 종이 빨대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특히 종이 빨대는 오래 쓰면 흐물거려 찢어지기도 하는데 혹시라도 음료에 이물질이 들어가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지금 사용 중인 플라스틱 빨대를 다 사용하면 대체품을 찾아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4년째 카페를 하고 있는 김요한(30)씨도 "환경을 생각하면 생분해성 빨대만 사용하고 싶은데 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와 반반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텀블러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회용컵과 빨대를 쓰지 않을 수 없는데 단가 때문에 바꾸기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와 비슷한 단가로 맞춰서 조치를 취해주면 나을텐데 그게 어렵다 보니 당분간은 이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계도기간 없이 바로 시행했다면 참여율이 높았겠지만,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이라 그렇지 못했다"며 "앞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각 구군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게속 홍보하며 계도와 점검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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