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대에 따르면 사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 일본 쓰쿠바대 한 강연장. 이 대학 사학과 고(故) 마부치 가즈오(馬淵和夫) 교수가 논문을 들고 강단에 섰다. ‘고대 한·일 교류에 관하여’라는 제목이다.
주말 이곳 - 고천원 공원
"천손, 하늘서 내려온 곳 가야"
일 학계 왕실 기원으로 인정
역사 관광지로 조명, 방문객↑
마부치 교수의 논문은 일본 사학계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대 가야 6국 중 가장 번성했던 대가야인이 일본에 전파, 후쿠오카 등지에서 발굴된 금 귀걸이, 금동관, 토기가 고령군에서도 대거 발견된 사례가 있어서다. 이경희(89) 가야대 설립자는 “서기 710년 일본 『고사기』에도 이런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글(산속 분지라는 내용)이 나온다. 일본 학자들이 마부치 교수의 학설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학설에 따르면 니니기노미코토는 하늘에서 고천원이 있는 가야 평지에 내려온 뒤 배를 타고 일본 가고시마현으로 갔다고 한다.
99년 4월 가야대는 마부치 교수가 지목한 학교 언덕에 고천원고지 비석을 세웠다. 그리고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동물 모양 조각, 비석 20여 개를 세워 작은 공원으로 꾸몄다. 일본 고대 신화를 간직한 이 공원은 최근 ‘역사 관광지’로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고천원에 얽힌 전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사진기를 들고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한 해 평균 600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고천원 주변에는 한번쯤 볼 만한 철기시대를 주도한 대가야 유적도 가득하다. 대가야 왕 등 무덤 700여 기로 이뤄진 지산리 고분군을 비롯, 쾌빈리 고분군, 본관리 고분군, 도진리 고분군 등 고분군 40여 곳이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또 신라 공격을 막기 위해 쌓은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노고산성·운라산성·도진산성 등 10곳의 산성도 있다. 고령읍 쾌빈리 야산에는 우륵을 기념하는 탑과 영정을 모신 비각도 세워져 있다. 출토 유물을 전시한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 순장문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왕릉전시관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이 밖에 고령읍 연조리 고령초등학교에는 대가야 왕이 마셨다는 우물인 ‘어정(御井)’이 아직 그대로 있다. 대가야 고천원공원은 월~토요일(무료, 오전 8시~오후 6시), 대가야박물관·왕릉전시관은 화~일요일(어른 2000원,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고령군은 7월 20일과 10월 19일, 11월 16일 등 세 차례 ‘해 품은 달빛길’이란 주제로 이들 대가야 관광지를 돌아보는 야간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무료. 054-950-6060.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