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명성황후는 고종의 유능한 정치참모”

중앙일보

입력 2015.10.08 00:59

수정 2015.10.0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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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가이 토시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고문(오른쪽)이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왼쪽),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게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담은 연을 선물했다. [김경빈 기자]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일본 교과서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도 정확히 공부해야 한다.”(가이 토시오 전 일본 중학교 교사)

 “명성황후는 조선의 역대 왕비 중 정치감각이 가장 뛰어나고 명민했다. 이 인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걷어내야 한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국회서 을미사변 120주년 세미나
“일제가 왜곡한 평가 바로잡아야”
일본인 28명, 묘역 그린 연 선물도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 120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한·일 참가자들이 뜻을 함께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최한 이 세미나는 명성황후의 행적,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되새기기 위한 자리였다. 또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일본의 왜곡에 대응해 명확한 사실을 밝혔다. 이배용 원장은 기조강연에서 “정사에는 명성황후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지만 외국인 견문록, 문집 등을 통해 그 활약상을 볼 수 있다”며 “고종의 유능한 정치 참모였으며 적극적으로 반일 행보를 펼쳤던 당찬 인물”이라 평가했다. 또 “일제의 식민사관, 우리 내부의 가부장적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이었던 명성황후 평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일본인 28명도 참석했다. 11년 전 만들어진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가이 토시오(甲斐利雄·86)는 이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120주기를 맞아 명성황후의 묘역이 그려진 연을 만들어 이배용 원장에게 선물했다. 가이 토시오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젊은 시절, 한 여학생이 명성황후 사건을 아느냐고 질문을 해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인들도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퇴직 후 전직 교사 중심의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선물한 연은 회원들이 집집마다 붙여놓고 바른 역사에 대한 정신을 되새기는 데 쓰는 물건이다.

 명성황후는 1895년 10월 8일 오전 5시에 경복궁 건청궁에서 시해됐다. 이 원장은 “말하자면 오늘이 명성황후의 제삿날”이라며 “올바른 사실을 밝혀서 그의 넋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을 비롯한 역사학자들도 명성황후 시해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은 명성황후 시해의 진상을 소상히 밝혔고,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명성황후 국장(國葬)의 절차가 당시 망국의 위험에 처한 조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봤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역사왜곡 출발점은 명성황후 시해사건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며 “한·일 역사에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는 의미있는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