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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성공 뒤엔 '자살 공장'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9일 발매 10주년을 맞는 아이폰의 성공 뒤에는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 희생된 중국 공장 노동자들이 있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 중국 공장의 열악한 근로 여건을 보도했다.

애플 제품 생산하는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 #열악한 근로 조건에 매년 직원 스스로 목숨 끊어 #2010년엔 14명 연이어 자살해 '자살 공장' 오명 #매일 12시간 근무와 야근, 화장실 갈 때도 눈치 #할당량 못 채우면 일부러 공개 장소서 모욕 줘 #협력업체 "애플이 납품 단가 낮추라고 매년 압박"

폭스콘은 아이폰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폭스콘의 매출은 2005년 210억 달러에서 2015년 1360억 달러로 6배 이상 뛰었다. 6만여 명이었던 직원 수는 130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일본 전자기업 샤프를 35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12시간의 근무와 야근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된 폭스콘 직원들은 근무 시간에 졸거나 쪽잠을 잔다. 지난 2014년 BBC는 기계를 다루던 직원들이 졸 경우 크게 다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보도했다(위 영상 참조).

가디언은 한 전직 폭스콘 직원을 인용해 폭스콘 공장 관리자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사람들이 다 모인 회의 시간에 공개 질책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관리자들은 해당 직원에게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읽게 한다"며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겐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질책을 받고 수치심에 관리자와 말다툼을 벌인 뒤 자살한 직원도 있었다고 이 직원은 전했다.

자살 방지 그물이 설치된 폭스콘 건물. [유튜브 캡처]

자살 방지 그물이 설치된 폭스콘 건물. [유튜브 캡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직원들은 종종 죽음을 택했다. 지난 2010년 18명의 폭스콘 직원이 잇따라 자살을 시도하고 이중 14명이 사망하면서 폭스콘은 '자살 공장'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후에도 매년 십여 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일부 직원들은 자살을 협상 도구로 쓰기도 했다. 2012년엔 직원 150명이 공장 옥상에서 처우 개선을 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나선 끝에 임금을 올려받았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임금 등 불안한 노동 여건 때문에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폭스콘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직원이 받는 돈은 숙식 비용을 제하고 월 1400위안(약 23만원)에 그쳤다. 어떻게든 야근을 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폭스콘 공장 기숙사 창문에 설치된 자살 방지용 창살. [유튜브 캡처]

폭스콘 공장 기숙사 창문에 설치된 자살 방지용 창살. [유튜브 캡처]

잇따른 자살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근로 여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테리 고우 폭스콘 CEO가 가장 먼저 들고 나온 대책은 자살 방지 그물이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도록 건물 벽에 대형 그물을 설치한 것이다. 기숙사 창문엔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쇠창살을 설치했다. 고우는 또 심리상담사를 고용해 직원들이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다.

애플 측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0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폭스콘은 노동 착취 현장이 아니라 공장이다. 그것도 식당과 영화관까지 갖춘 공장"이라며 "자살 시도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40만 명에 달하는 공장 직원들의 수를 감안하면 미국 전체 자살율보다 낮다"고 폭스콘을 감쌌다.

폭스콘이 직원들을 가혹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 데는 애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패드 제조를 맡았던 한 협력업체 임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애플과 함께 일하려면 어떻게든 제품을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며 "그러면 애플 측이 다음해에 찾아와 납품가를 10% 더 낮추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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