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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야지’는 일본어에서 온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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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며칠 전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야지’라는 말이 올랐다. ‘야지’가 화제에 오른 이유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중 국회의원들이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동료 의원들 발언에 대해 야지를 놓는다든지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에 대해 위원장이 주의를 줘야 한다” “동료 의원 발언에 대해 야지를 놓은 기억이 없다” “동료 의원 질의를 평가하고 야지 놓는 의원들을 퇴출시켜 달라” 등과 같은 발언이 오갔다. “다른 당 의원들이 발언할 때는 야지를 안 놨나. 참 품격 있으시다”는 말도 있었다.

‘야지’는 17세기 이후 도쿠가와 막부 시절인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말이다. 원래는 ‘늙은 말’이란 뜻인 ‘오야지우마(ぉやじ馬)’에서 유래했다. ‘오야지우마’는 늙은 말이 젊은 말에 고개를 기대어 아무 생각 없이 뒤따라간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영문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군중을 의미한다.

이후 ‘오야지우마’는 ‘야지우마’로 축약됐으며, 훗날 ‘야지’라는 말로 또 한 번 줄어들었다. ‘야지’는 야유·조롱 등의 뜻으로 상대방을 놀리거나 조롱하고 빈정대는 사람을 비난할 때 쓰인다. 위의 예문처럼 “야지를 놓는다” “야지를 놓았다” 등 주로 ‘야지를 놓다’ 형태로 사용된다.

‘야지’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므로 당연히 표준어가 아니다. 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맥이나 상황에 맞추어 ‘야유’ 또는 ‘조롱’ 등으로 바꿔 쓰면 된다.

“동료 의원들 발언에 대해 야유를 한다든지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에 대해 위원장이 주의를 줘야 한다” “동료 의원 발언에 대해 야유를 한 기억이 없다” “동료 의원 질의를 평가하고 조롱하는 의원들을 퇴출시켜 달라” “다른 당 의원들이 발언할 때는 야유를 안 했나. 참 품격 있으시다” 등과 같이 사용하면 된다. 높으신 분들부터 바른 말을 사용하면 좋겠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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