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자, 민주당내에선 서서히 ‘타이밍’을 따져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대표 퇴진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타이밍이다.
특히 이낙연계(NY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6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채 1년간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한국 정치에 거리를 뒀지만, 최근 NY계 의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계파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친목 모임(대산회)도 해체했던 이들은, 다음 달 미국으로 가 이 전 대표를 만날 계획이다. 설훈ㆍ윤영찬 의원 등 NY계 주요 의원들이 갈 예정이다. 설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까웠던 의원들끼리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내년 3~4월쯤에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내년 6월 귀국이지만, 시기가 봄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설 의원은 다만 이 전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논의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첫눈파와 봄꽃파…이낙연은 눈 내릴 때 뭉치고, 내년 봄 귀국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박용진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대표와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만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이 대표를 옹호하는 스탠스지만, 이 대표 측에선 “그간 침묵하던 박 의원이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의 이름을 꺼낸 것 자체가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의원 측 관계자도 “박 의원은 현재 당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첫눈이 내릴 때쯤 입을 열지 않겠나”고 말했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ㆍ전해철 의원 주변에서도 “입을 열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 친문 재선 의원은 “눈이 내릴 때쯤 이 대표도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친문의 구심점들도 저마다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겨룬 한 중진 의원도 “지금 검찰 수사 속도로 봤을 때, 이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 중인 상태”라며 “12월 중에 이 대표 퇴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연말 내에 퇴진 작업이 모두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봄꽃파=조금 더 신중한 주자들은 내년 봄에 꽃 필 때를 보고 있다. 당이 힘든 상황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기 보단, 일단 대여 투쟁에 힘을 합치며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여론의 질타로 더이상 버틸수 없는 지경이 될 경우, 당내엔 비상대책위원장 등 수습형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현재 당 단일대오에 집중하는 이들을 ‘봄꽃파’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요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던 강훈식 의원이 대표적인 ‘봄꽃파’로 거론된다. 강 의원이 대표를 맡은 당내 최대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한 의원도 “이 대표는 민주당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지금은 내홍을 일으키기보단 함께 방어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 당이 진짜 위기일 때 힘을 합쳐 출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총서 반발한 NY계 홍기원이 시그널?
복수의 의원들에 따르면, 당시 홍 의원의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맞다. 당이 우리 과외 시키는 거냐” 등 불만이 분출됐다. 결국 박홍근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환기 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건진 저도 몰랐다”며 수습에 나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