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과연 돈으로 핵을 만들었을까?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평가가 시사하는 점

2017-09-07     장경순 기자
▲ 북한의 지난 4월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화면캡쳐.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북한이 여섯 번째 핵실험을 하기에 이르자, 한국에서는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또한 대중의 인기를 끌어 모으기에는 적합한 속성을 갖춘 주장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 가면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든 이전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든 핵무장 주장을 수용하기는 극히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또 국익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과는 별개로, 과연 한국이 핵 무장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볼 여지도 있다. 만약 주변국들 아무도 반대를 안한다면, 한국은 과연 성공적으로 핵 개발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1970년대 말, 박정희 정권에서 핵 개발을 상당히 깊게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이라면 더욱 쉬울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의 견해다. 러시아 관영언론인 스푸트니크는 7일 북한 핵 개발과정에 대한 칸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칸은 북한 과학자들에 대해 “대단히 능력 있고 그들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이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북한의 기술이 파키스탄보다 월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과 파키스탄이 비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함께 수행한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고 스푸트니크는 전했다.

현재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있는 파키스탄의 전문가가 북한의 관련 인력을 높게 평가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권은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에서 수학과 물리와 같은 기초과학을 상당히 중시하는 반면, 한국의 대학교육은 갈수록 응용분야 중심으로 몰리는 현실이다. 기초과학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과가 축소되거나 통폐합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현상은 지금의 한국사회가 1970년대 말과 너무나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다. 이것이 당시에는 핵개발을 꿈 꿀만 했어도 지금은 어려워진 이유다.

국내에 필요한 인력이 없으면 해외에서 필요한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막대한 인건비 지출이 뒤따른다.

반면, 북한은 필요한 인재가 가득하면서도, 경제구조가 한국과 달라 인건비가 크게 나갈 이유도 없다.

학문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한국에서는 주입식 접근방법부터 들고 나오는 것도 기초과학의 깊이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

수학 천재, 물리 천재를 만들겠다고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어린 학생들을 달달 볶는 수재학교를 만들고 부산을 떨지만, 이렇게 해서 배출한 인재들은 대학 4년 ‘A학점’ 생산 기계에 그칠 뿐, 진정한 과학을 담은 논문을 생산하지 못한다.

물리학이 강한 학교는 철학도 강하다는 대학 교육의 특성은 한국에서 갈수록 ‘쓸모없는 고담준론’으로 취급되고 있다. 1960~1970년대 명문대학들이 이과와 문과를 뛰어넘어 기초과학 학과를 문리대학으로 편제했던 것은 지금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학문의 영역을 뛰어넘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보는 풍토에서 창의적 과학이 발전하는 법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 편제는 대기업 계열사 구조를 이식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도 핵무장하자”는 주장은 사막의 땅 100평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겠다는 발상과 다를 것 없다.

대학의 이념이란 것을 한국은 지금 지나치게 사치품으로 폄하하고 있다. 창의적인 과학이란, 몰아치기 교육이 아니라 제한 없이 생각할 수 있는 자유에서 탄생한다.

남북한 핵개발의 격차를 오로지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보지 말고, 과연 그동안 어떤 교육을 해왔는지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