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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메르스 확진 다음 날 체육대회, 정신 나간 질병관리본부

입력 | 2015-06-04 00:00:00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질병관리본부는 체육행사를 개최했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직원들은 운동복을 맞춰 입고 족구를 즐겼다. 검역의 날(5월 20일)을 기념한다며 1박 2일 행사를 마련한 질병관리본부 측은 “환자 발생 소식에 체육대회를 취소했으나 일부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변명에 불과하다. 이런 기강으로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감염 질환의 방역 관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반을 만들었으나 정작 감염 예방부터 초동 대처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 첫 환자를 진찰한 의사의 확진 검사 요청에 미적거리다가 환자 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검사를 진행했다. 뜬금없는 ‘낙타와 접촉 금지’를 예방법으로 홍보하거나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는 약 0.7명’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감염 여성이 자청한 격리 치료를 거부한 것도, 2차 감염자의 해외 출국을 방치한 것도 질병관리본부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철저한 초기 대응을 배울 필요가 있다. CDC는 작년 4월 환자의 여행 일정을 파악한 뒤 곧 격리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확진을 했다. 메르스 발생 즉시 상황을 완벽 통제한 덕에 환자 수는 2명에 그쳤다.

국제 교류가 늘어나면서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해외에서 유입될 경우 국민 건강은 물론이고 관광과 경제에 치명타를 주면서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한다. 이런 상황을 조기에 차단해야 할 당국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인해 극심한 혼란에 빠진 데 대한 책임이 무겁다. 질병관리본부의 책임자를 해임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