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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94 권고’ 열흘도 안됐는데… “이젠 면마스크 괜찮다는 정부 못믿어”

입력 | 2020-03-04 11:27:00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농협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 2020.3.1/뉴스1 © News1


 “보건당국의 마스크 권고안을 그대로 믿어도 됩니까?”

보건 당국이 감염 우려가 없다면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깨끗한 보건용 마스크는 재사용해도 된다는 권고안을 내놓자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보건당국이 면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마스크인 ‘KF(Korea Filter) 마스크’를 권장한 것과 다른 만큼 “오락가락 권고안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의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 개정안을 보면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을 경우 면 마스크을 제한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파악된다. 지난 3일 공개한 개정안에는 깨끗한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한 데 따라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라고 했지만 시민들 대부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유통업체에서 직장 생활 중인 최모씨(38)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혼란스럽다”며 “지난달 초만 해도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또는 방한용 마스크를 써야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최씨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회피하려는 일종의 물타기 시도 같다”고도 했다.

실제로 정부의 마스크 권고 지침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일반인은 KF80 보건용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를 쓰면 신종 코로나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 말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KF94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KF94 권고하다가 열흘도 안 돼 KF80을 권고한 것이다. KF는 미세입자(평균 입자크기 0.6 μm) 차단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율이 높다. KF94 마스크가 KF80 마스크보다 차단율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보건당국이 나서 ‘KF 마스크’ 보다 차단 효과가 비교적 낮은 면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 것이다.

직장인 박모씨(57)는 “보건당국이 어떻게 권고했든 간에 앞으로 면 마스크가 아닌 KF 마스크를 착용할 생각”이라면서도 “KF 마스크가 매장에 나오자마자 족족 모두 팔려나간다고 하니 구할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빠른 시기에 종식할 자신이 없다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공급안이라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시민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세계보건기구(WHO)은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호흡기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검역용(KF94)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서 결국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F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지자 부랴부랴 면 마스크 사용 권고안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면서도 “‘면 마스크’가 감염 확산 억제에 분명 효과적인 만큼 시민들이 KF 마스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