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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대책위 “n번방은 온라인 동맹…조직범죄라는 뜻”

입력 | 2020-03-26 16:56:00

"참가자는 가입비 낸 후 특정 행동 요청해"
"운영진과 공범되면 5~30년 처단형 가능"
"박사는 소라넷 후계자…공범까지 잡아야"




시민단체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조직범죄’로 규정 짓고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9개의 운영 단체와 24개 연대 단체로 구성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의) 박사방 등 n번방의 참가자들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며 “60여개의 방들에서 하루 종일 동시에 벌어지는 일들은 온라인 동맹, 즉 조직범죄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 조은호 변호사는 “조주빈은 (박사방) 후원자에게 맞춤형으로 성착취를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며 “(참가자들은) 가입비를 지급한 후 품평을 통해 특정 내용의 성착취를 하도록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조주빈의 범행을 저지하지 않고 용인한 것을 넘어 일체가 됐다”며 “(직접) 주문하고 영상 제작 활동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박사방에 돈을 지불하는 등 적극 가담한 ‘후원자’의 경우 이른바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사전의 모의과정이 없더라도 범죄의 공동가공의사가 암묵적으로 있다면 공모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운영진과 공범으로 적용되면, 협박·강요·강제추행·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상 제작 혐의가 경합된 경우 5년에서 30년가량의 처단형을 내린 판례가 있어 이처럼 중한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단순 음란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도 참석해 텔레그램 성착취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신씨는 “2013년 출시한 비영리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제3자를 완전 차단하는 목적이 있었는데, 국내 성착취 현장에서 다른 의미로 추앙받는다”며 “이런 문제를 방관하면 텔레그램에도 문제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이자 공대위 활동가인 이하영씨는 “조주빈 검거 이후 신상공개를 원하는 청원이 200만명을 넘고, 정부와 국회 등 온 나라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앞다퉈 나서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 “1996년 개설된 소라넷이 폐쇄되기까지 만 18년이 걸렸는데 처벌받은 사람은 운영자 한명뿐이다. 소라넷 후예가 박사(조주빈)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약 5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이후 공대위는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 변호인단 구성 ▲텔레그램 등 성착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 기반 성착취에 강력 대응할 수 있는 법 제·개정 등의 구체적인 향후 활동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