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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Oct 22. 2023

겨울하늘 별자리 여행 1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

* 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vector/pretty-night-landscape-watercolor-background-with-stars_1230990.htm#page=2&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15&from_view=keyword&track=sph">Freepik</a>




겨울밤 별자리 여행          


겨울 밤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공기가 맑아 별은 물론 수많은 은하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성운을 비롯해 여러 은하, 성운, 성단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겨울철 역시 별자리를 찾는 데 기준이 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난폭한 사냥꾼 오리온자리의 α별(베텔기우스)과 큰개자리의 α별(시리우스) 그리고 작은개자리의 α별(프로키온)이 매우 거대한 삼각형을 유지하며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 별들을 하늘의 대삼각이라고 이르면서 겨울철 별자리를 찾을 때 길잡이로 활용하곤 합니다. 



겨울철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로는 당당하게 떠 있는 오리온자리를 비롯해 쌍둥이자리, 황소자리, 마차부자리, 외뿔소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나름대로 각각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별자리에 담긴 신화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작은개자리




늑대별 시리우스와 불우의 사냥꾼 아크타이온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          


겨울이 깊어가는 남쪽 하늘에는 큰개자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큰개자리 입에 시리우스라는 별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별은 태양을 제외하면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일등성보다 무려 13배나 더 밝습니다. 그래서 시리우스란 뜻도 ‘가장 빛나는 것’ 혹은 ‘태우는 것’이랍니다. 무엇보다도 시리우스별은 지구에서 8.8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별이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우리의 설날에 해당되는 하지夏至 무렵이면, 어둑새벽에 떠오르는 시리우스별을 보고 나일강의 물이 곧 범람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아내곤 했습니다. 그러면 서둘러 추수를 끝내야 했습니다. 그만큼 시리우스별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별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위에 뜬 별’이라는 의미로 ‘소티스’라고도 부르면서, 비옥한 땅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착한별로 숭배했습니다. 


일 년이 365일로 알고 있었던 고대 이집트사람들은 이 시리우스별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로마로 옮겨가면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력, 즉 그레고리오력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한편 가까운 이웃 중국에서는 시리우스를 ‘천랑성天狼星’이라고 했습니다. 밝은 별빛을 보고 늑대의 눈을 상상했던 것입니다. 

 

시리우스별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에 비해, 큰개자리에 얽힌 신화는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습니다. 다만 숲속의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니던 개라는 이야기가 있을 따름입니다. 오리온자리 뒤에 위치해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일 겁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님프 프로클리스에게 준 개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으니 간략하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포키스의 왕자 케팔로스는 라이프라스라는 이름의 개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나라에 우환이 생겼습니다. 여우가 나타나 가축을 잡아먹는 등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래서 케팔로스는 라이프라스를 데리고 여우사냥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여우는 절대 잡히지 않는 여우였습니다. 문제는 라이프라스가 어떤 사냥감이든지 잡는 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뚫리지 않는 방패와 어떤 방패도 뚫어버리는 창, 모순의 대결이 된 것입니다. 올림포스에서 지켜보던 제우스마저도 쫓고 쫓기는 둘의 상황에 대해 전전긍긍했습니다. 결국 제우스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둘을 다 돌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모순을 과연 어떠한 이야기로 꾸며 결론짓겠습니까?      


반면 작은개자리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옵니다. 이 별자리는 1등성 프로키온과 3등성 고메이사, 이 두 개의 밝은 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스승 케이론(켄타우로스족 반인반마의 현자)으로부터 활 쏘는 법을 배운 악타이온은 사냥꾼의 명수였습니다. 특히 그는 이아손과 헤라클레스 등 영웅 50명과 함께 아르고호를 타고 콜키스로 가서 황금 양모를 찾는 모험에도 참여한 인물입니다. 


카드모스 왕자 악타이온과 그의 친구들이 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사냥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악타이온은 친구들과 떨어져 이리저리 거닐다가 아르테미스의 동굴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동굴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몸을 씻거나 사냥에 치친 육신을 잠시 쉬는 곳이었습니다. 


숲 속에서 첨벙첨벙 하는 물소리가 들여왔습니다. 악타이온은 물에 빠진 짐승이 내는 소리라 생각하며 가만히 수풀을 헤치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하지만 님프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하던 달의 여신이자 동물의 신, 사냥의 신인 아르테미스의 눈과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악타이온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악타이온과 눈을 마주친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활을 찾았으나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자 악타이온 얼굴에 물을 끼얹으면서 노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감히, 네놈이… 나의 벗은 몸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어디 말해보아라!”



그 순간 악타이온은 사슴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악타이온은 사슴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사냥개가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이를 확인한 악타이온이 주인이라며 계속해서 소리쳤지만, 그저 사슴이 우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사냥개는 결국 사슴을 따라잡아 목을 물어 죽였습니다. 


불운한 악타이온은 우연하게도 아르테미스 벗은 몸을 보았다는 죄로 여신의 노여움을 샀던 것입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순결과 정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낯선 남자에게 자신의 알몸을 보였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꼈고, 이는 곧 분노로 표출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냥개는 자신이 잡은 사슴 옆에서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하염없이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개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르테미스는 자신이 너무 심했음을 깨닫고 충성스러운 개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별자리의 β별 고메이사는 ‘눈물이 고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프로키온(Procyon) 별은 그리스 말로 ‘개의 앞’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별보다 먼저 하늘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 신화는 아마도 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의 한계를 뚜렷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우리 인간에게 하늘은 늘 공포와 희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낮에 뜨는 태양과 밤을 밝히는 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천둥과 벼락,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던 시절, 과학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당시 사람들로선 우러러 보아야할 존재 그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악타이온이 목욕하는 아르테미스를 훔쳐보는 이야기는 이후 미술가들의 좋은 소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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