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바나나의 맛?…이상한 과일 ‘포포’를 먹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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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나나의 맛?…이상한 과일 ‘포포’를 먹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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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파인애플, 망고를 합친 맛이라는 평이 주를 이루는 포포나무 열매

바나나와 파인애플, 망고를 합친 맛이라는 평이 주를 이루는 포포나무 열매

“망고처럼 둥글고 길게 생겼는데 껍질은 초록색이다. 익으면 까매지는데 씨는 감처럼 여러 개가 있으며 맛은 달다.”

마치 수수께끼처럼 정리한 이 문장은 ‘포포(pawpaw)’를 처음 본 한 누리꾼의 평이다. 최근 ‘맛잘알’ 사이 입소문을 타며 떠오른 이 열매의 정체는 무엇일까.

포포나무는 미국 동부를 원산지로 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추위에 강해 한국과 일본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한데, 크고 향기로운 꽃과 황록색의 잎이 관상용의 가치가 있고 열매 또한 달콤해 고소득 유망 수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불포화지방산, 비타민A와 C, 철분 등이 풍부하고 항암에 효과가 있는 아세토제닌 성분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의학계와 건강식품 회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포포나무 열매는 10cm 정도의 크기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를 합친 맛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주로 생과일 형태로 먹지만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잼, 젤리,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으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강렬하게 기억한다는 포포, 가을 제철 과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번 주 ‘식후감’ 메뉴는 포포다.

앙증맞은 모양새로 자라고 있는 포포열매. 유튜브 Growit Buildit 갈무리

앙증맞은 모양새로 자라고 있는 포포열매. 유튜브 Growit Buildit 갈무리

먹생 진심, 초박

초봄, 후배에게 우리나라 남도 지역에서 자라는 포포 열매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너무나 맛있더라는 그 말에, 모르는 맛에 환장하는 나란 인간 1년 가까이 오매불망 기다렸다.

추석 연휴 남도 시댁에 다녀오며 포포열매를 가져온 후배 덕에 드디어 영접했다. 생긴 것은 푸르뎅뎅한 모과와 망고 어디쯤. 향 역시 망고보다는 모과 쪽에 좀 가까운 산미 있는 달콤함이 느껴졌다. 충분히 후숙된 상태여서인지 온몸이 충만해지는 기분 좋은 향긋함이다.

감보다는 조금 큰 크기의 씨앗이 나란히 자리 잡은 속살은 밝은 노란색이다. 망고와 바나나, 아보카도를 합쳐놓은 듯한 크림 같은 질감, 부드러운 단맛은 첫눈에 반할 만하다. 후숙이 덜 된 부분은 결이 살아 있으면서 아삭한 느낌이 나는데 그것도 괜찮다.

하나를 먹으니 속이 든든한 것이 포만감을 준다. 아침에 요거트랑 같이 먹어도 성찬이 될 것 같고 카나페나 샌드위치 필링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이 제철이라니 한 상자 주문해야겠다.

까칠, 장슐랭

망고 정도의 크기와 모양새. 혹시 커다란 씨가 들어있을까(그래서 먹을 수 있는 과육이 별로 없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감 정도의 씨앗이 오종종히 귀엽게 들어차 있다.

반으로 턱 자른 뒤, 씨앗만 쏙쏙 골라내고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 퍼먹듯 하면 된다. 열대과일은 이국적인 맛에 즐기지만, 사실 극단적인 단맛과 벌이 꼬일 것 같은 극강의 향은 부담스러운데 포포는 은은한 향, 부드러운 질감, 손질하기 쉬운 편의성이라는 과일의 미덕을 고루 갖췄다. 이런 과일이 왜 대중화되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정도로. 살짝 구운 통밀빵 위에 포포 과육을 버터처럼 발라서 아침으로 먹으면 지옥 같은 출근길도 나설 힘이 날 것만 같다.

포포 씨앗 중 튼실한 놈 3개를 추려서 냅다 창가 화분에 심었다. 열매 수확까지는 언감생심. 싹만 자라준다 해도 더없이 기쁘겠다.

처음 포포를 맛본 장슐랭은 “이런 과일이 왜 대중화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 했다.

처음 포포를 맛본 장슐랭은 “이런 과일이 왜 대중화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 했다.

초딩 입맛, 공주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가 후각을 먼저 자극, 아니 강타한다. 풀이든 나물이든, 과일이든 향기에 약한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크림 같고 달달한 맛은 딱 열대과일만 가질 수 있는 특성인데 열대 과일이 아니라고? 원산지가 북미란다. 이것이 미국 과일의 맛인가!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월동하고 벌레 없이 쑥쑥 자라고,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달리듯 열매를 맺으니 기특할 정도다. 익어서 몰랑해질 때 따 먹으면 최고의 단맛을 자랑하지만 단단한 상태에서 후숙을 시켜도 못지않은 단맛을 낸다. 내가 느낀 포포의 맛은 찐~한 바나나에 향긋함을 추가한 맛이다.

2차 가공에도 적합한 과일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리는 포포 페스타 참가를 꿈꾸며 한 입 더 떠먹어본다.

빵보다 밥, 쫑

모과처럼 생겼는데? 초박님이 말했다. 그랬다. 내 눈에도 이 아이의 첫인상은 모과였다. 어릴 적 아버지 차량 문을 열면 진동하던,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달콤한 향에 좋아하지 않았던 바로 그 모과. 처음 맛본 이후 ‘최애’ 과일이 됐다는 공주님의 말에도 사실 시큰둥했다. 그래 봐야 모과 맛일 텐데, 뭐.

촬영을 위해 손에 쥔 포포는 의외로 물컹했다. 뭐지, 유학 시절 처음 맛봤던, 내 인생의 소울푸드 아보카도 같은 이 느낌! 우리를 위해 특별히 ‘후숙’에 신경 썼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는 (내 머릿속의) 모과는 아보카도가 됐다. ‘호불호’가 나뉘는 향이라고 했는데 일단 향은 ‘호’였다.

어떻게 잘라야 하는가. 고심하며 검색에 들어갔다. 망고처럼 자른 이부터 푸딩처럼 떠먹는 이까지 다양했다. 정답이 없구나. 내키는 대로 반을 뚝 잘랐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온 껍질부터 팠다. 쌉싸름하지만 묵직한, 그러면서도 단맛이 느껴지는 오묘함이 스쳤다. 본격적으로 알맹이를 먹었다. 아보카도다. 더 정확히는 ‘바나나 맛을 품은’ 아보카도다.

식빵에 발라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맛. 마냥 달지 않고 마냥 크림 같지 않아 좋은 맛이다. 그래도, 향과 식감에 ‘불호’는 있을 것 같은 맛.

망고+바나나의 맛?…이상한 과일 ‘포포’를 먹어봤습니다 [식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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